니콜라 (Nikola), 언덕에서 굴린 수소 트럭으로 세계를 속인 사기극
언덕에서 굴러 내려온 트럭 한 대가 무너뜨린 38조 원 신화
2020년 여름, 미국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군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수소 전기 트럭의 미래를 제시한 니콜라(Nikola Corporation)였어요.
창업자 트레버 밀턴의 화려한 언변에 힘입어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300억 달러(약 38조 원)를 넘어섰고, 100년 역사의 포드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기적 같은 순간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9월, 공매도 전문 투자사의 보고서 하나가 이 모든 걸 뒤집어버렸어요. 주행 영상 속 트럭이 사실은 내리막길에서 그냥 굴러 내려온 것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제2의 테슬라'에서 실리콘밸리 역대급 사기극으로 전락한 니콜라, 그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포드 시가총액을 넘어섰던 순간
니콜라는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서, 대형 수소 트럭 시장의 선두 주자로 등장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대형 트럭 '니콜라 원(Nikola One)'과 픽업트럭 '배저(Badger)'의 세련된 디자인과 자체 기술력을 발표하며 대중과 투자자를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글로벌 자동차 공룡 GM이 20억 달러 상당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고, 한화그룹과 보쉬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도 잇따라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중력으로 달린 트럭
2020년 9월 10일, 공매도 전문 기관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는 트레버 밀턴의 수십 가지 거짓말로 쌓아 올린 사기탑"이라는 제목의 폭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2018년 공개된 니콜라 원의 주행 영상이었어요. 실제로 수소 연료전지로 달린 게 아니라, 언덕 꼭대기까지 트럭을 끌고 올라간 뒤 내리막길에서 그대로 굴려 시속 100km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속임수였습니다. 니콜라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던 자체 수소 생산 기술, 인버터, 배터리 기술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타사 제품의 라벨만 바꾼 것으로 드러났어요.
징역 4년, 그리고 무너진 신화
폭로 직후 니콜라의 신화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트레버 밀턴은 의혹을 부인하다 결국 2020년 9월 의장직에서 사임했고, 한때 9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그대로 곤두박질쳤어요. GM은 픽업트럭 공동 생산 계획과 지분 취득을 전격 철회했습니다. 미국 검찰에 기소된 트레버 밀턴은 2023년 12월, 사기 혐의로 징역 4년형과 100만 달러 벌금을 최종 선고받았어요. 니콜라는 이후 수소 트럭을 자체 제작하는 대신 외부 부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전면 수정했지만, 한번 잃은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니콜라가 남긴 것
니콜라 사태는 기술 실체 없이 마케팅과 언론 플레이만으로 만들어진 스타트업 거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합니다.
대기업과 기관 투자자조차 화려한 비전과 상장 열풍에 눈이 멀어 실체적인 기술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부터가 문제였어요. 스타트업 창업자의 '비전 제시'가 과장과 거짓의 선을 넘는 순간, 경영진의 법적 책임과 기업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 사건이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실체 없는 아이디어만으로는 거대한 제조 생태계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실제로 작동하는 시제품과 기술 증명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걸, 니콜라가 뼈아프게 증명해준 셈입니다.
3줄 요약
- 니콜라는 수소 트럭 기술을 앞세워 시가총액 38조 원을 달성하며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았습니다.
- 2020년 힌덴버그 리서치를 통해 주행 영상이 내리막길에서 트럭을 굴린 속임수였음이 밝혀졌습니다.
-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사기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으며, 기술 검증 없는 거품의 위험성을 일깨워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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