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크릿 (Victoria's Secret), 외모 지향적 마케팅 고집이 부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

"쇼는 판타지다"라는 한마디가 무너뜨린 란제리 제국

1990년대와 2000년대,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는 '엔젤(Angels)'과 화려한 패션쇼로 전 세계 여성 속옷 시장을 평정했던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미국 여성 란제리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던 글로벌 유통 거인이었어요.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이 제국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대를 휩쓴 '바디 포지티비티(자기 몸 긍정주의)' 트렌드를 외면하고 과거의 외모 지향적 마케팅을 고집하다가, 브랜드를 지탱하던 주 소비층인 Z세대와 밀레니얼에게 그대로 외면당한 거예요. 세계 최대 란제리 제국이 어쩌다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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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젤, 하이디, 미란다가 날개를 달던 무대

1977년 로이 레이먼드가 창업하고 1982년 레슬리 웩스너의 L 브랜즈가 인수한 이후, 빅토리아 시크릿은 독보적인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지젤 번천, 하이디 클룸, 미란다 커 같은 세계 최고의 톱모델들이 날개를 달고 무대에 서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매년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지켜보는 대형 이벤트였어요. 최전성기였던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미국 여성 속옷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며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트랜스젠더는 판타지에 맞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빠르게 바뀌던 2010년대 중반, 빅토리아 시크릿의 고집스러운 마케팅 전략은 결정적인 패착이 됩니다.

다양성과 편안함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었는데도, 빅토리아 시크릿은 마른 체형의 모델만을 고집하며 '완벽한 몸매'라는 왜곡된 미의 기준을 계속 강조했어요. 2018년, 당시 CMO였던 에드 라제크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나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판타지에 맞지 않아서 쇼에 세우지 않겠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은 큰 대중적 분노를 일으켰어요. 그사이 서베이(Savage X Fenty), 서드러브(ThirdLove), 에어리(Aerie) 같은 신흥 브랜드들이 다양한 체형과 편안한 와이어리스 브라를 강조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가져갔습니다.


900만 명에서 330만 명으로 줄어든 시청자

불매 운동과 이미지 실추는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2014년 900만 명에 달했던 패션쇼 시청자 수는 2018년에는 330만 명 수준으로 폭락했고, 결국 회사는 2019년 패션쇼를 최종 폐지했습니다. 2020년에는 사모펀드 사이코모어 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와 매출 폭락 여파로 무산됐고, 이후 모기업 L 브랜즈로부터 별도 상장 기업으로 분할됐어요. 뒤늦게 엔젤 시스템을 없애고 운동선수와 활동가로 구성된 'VS 콜렉티브(VS Collective)'를 출범시키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미 많은 걸 잃은 뒤였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남긴 것

빅토리아 시크릿의 추락은 브랜딩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 측면에서 명확한 시사점을 줍니다.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섹시함과 환상'에서 '편안함과 다양성'으로 바뀔 때,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면 브랜드 전체가 뒤처지게 됩니다. 경영진의 독선적인 발언 한마디가 핵심 타깃층의 이탈을 순식간에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일로 드러났어요. 그리고 위기 이후의 리브랜딩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 변경이 아니라, 제품의 실질적인 변화와 소비자에 대한 진정성이 함께 가야 한다는 걸 빅토리아 시크릿이 보여줬습니다.


3줄 요약

  1. 빅토리아 시크릿은 화려한 패션쇼와 '엔젤'을 앞세워 미국 란제리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 공룡이었습니다.
  2. '바디 포지티비티' 트렌드 무시와 경영진의 시대착오적 발언으로 Z세대 및 밀레니얼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3. 시청률 폭락으로 패션쇼를 폐지하고 시장 점유율이 붕괴하며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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