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티의 제왕 블랙베리(BlackBerry)는 왜 아이폰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라졌는가

오바마도 쓰던 그 폰, 블랙베리는 왜 아이폰에 완패했을까

2000년대 중후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월스트리트 엘리트 금융인들과 글로벌 CEO들의 손에 필수품처럼 들려 있던 폰이 있었습니다. 딸깍거리는 물리 쿼티 키보드와 강력한 보안 메시징(BBM)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블랙베리(BlackBerry, 구 RIM)예요.

2009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며 패권을 쥐고 있었는데,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몰고 온 풀터치스크린 혁명을 얕본 끝에 점유율이 0%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결국 2016년 스마트폰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블랙베리, 그 과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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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이 됐던 이유

스마트폰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블랙베리는 비즈니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서버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기업용 이메일 시스템, 그리고 전용 암호화 보안 메신저 BBM은 기업 고객과 금융권 입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였어요. 여기에 엄지손가락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칠 수 있는 물리 쿼티 키보드까지 더해지면서, 블랙베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체성이자 상징이 됐습니다.


"배터리만 닳는 장난감"이라 불렀던 아이폰

2007년 스티브 잡스가 터치스크린 기반의 아이폰을 처음 공개했을 때, 블랙베리 경영진은 이걸 그냥 장난감 취급했습니다.

터치스크린 자판은 오타율이 높고 배터리도 많이 먹으니, 하루 종일 이메일을 쓰는 비즈니스 사용자들은 절대 물리 키보드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거예요. 여기에 기존의 제한된 데이터 네트워크 환경에 안주하다 보니, 대용량 데이터를 쓰는 풀 브라우징 앱 생태계가 얼마나 큰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도 전혀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독자 노선을 고수하다 앱 생태계를 놓치다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앱 생태계'로 넘어가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도, 블랙베리는 낡은 체제를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블랙베리의 독자 운영체제는 앱 개발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어요. 카카오톡, 왓츠앱, 페이스북 같은 필수 앱들이 제때 출시되지 않으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하나둘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터치스크린을 단 '블랙베리 스톰(Storm)' 같은 제품을 내놓기도 했지만, 잦은 오류와 느린 반응 속도가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혔어요.


점유율 0%, 그리고 스마트폰 사업 철수

소비자 시장에서 외면받은 데 이어 기업용 시장마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강력한 보안 솔루션에 잠식당하면서, 블랙베리의 종말은 걷잡을 수 없어졌습니다.

2009년 20%가 넘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6년에는 사실상 0.0%로 수렴했습니다. 결국 2016년 9월, 블랙베리는 자체 스마트폰 설계와 제조를 공식 중단하고 브랜드 라이선스만 TCL 같은 외주 제작사에 넘기기로 결정합니다. 지금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니라, 자동차용 임베디드 OS(QNX)와 기업용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블랙베리가 남긴 것

글로벌 비즈니스 스마트폰의 절대 강자였던 블랙베리의 추락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핵심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성공의 핵심이었던 '물리 키보드'와 '이메일 보안'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시장을 뒤집을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는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진짜 가치가 기기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와 앱 생태계에 있다는 걸 간과한 대가도 컸어요. 그리고 B2B 시장의 충성 고객에만 안주하고 B2C 트렌드를 경시하면, 결국 그 B2B 시장마저 빼앗길 수 있다는 걸 블랙베리가 증명해준 셈입니다.


3줄 요약

  1. 블랙베리는 물리 쿼티 키보드와 강력한 보안 메시징으로 비즈니스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2. 2007년 아이폰 등장 당시 풀터치 화면과 앱 생태계라는 거대한 파도를 과소평가하며 대응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3. 앱 생태계 경쟁 실패와 점유율 0% 추락으로 2016년 스마트폰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로 전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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